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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는

도심의 끝자락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산 밑으로 뚫린 짧은 터널 하나를 지나면 나오는 아파트단지이고

그렇게 많은 세대가 살지 않으면서 그 뒤로는 아직 논밭과 언덕 등이 보이는 지역이다.

그런데 제일 구석진 상가에 음식 맛있는 분식집이 오픈했다.

참고로 여기서 1분 거리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상가가 위치해있고 그 곳에서 프랜차이즈 떡볶이집이 2년째 성업중이다. 

그 떡볶이 집이 들어선 이래로 기존에 있던 분식집과 새로 생기는 분식집들 족족 자리를 털고 사라져갔었다.

새로 생긴 분식집은 체인점이 아니지만 보통 프랜차이즈처럼 떡볶이와 분식류를 파는데 가격이 3-4000원 선이고 그외 닭발, 닭똥집, 옛날통닭 등 야식 안주를 판매한다.

그 가게 바로 우리동네 유일의 코인노래방이 있어 갔다오면서 궁금함에 시켜봤는데

맛있었다.

맛있어서 배민을 켜보니 배민에도 등록이 되어있고 리뷰도 칭찬 일색이다.

그런데 나는 왠지 서글퍼졌다.

이 가게의 위치가 너무 후미져서

아무래도 손님을 많이 들이지 못 하고 금세 없어질 것만 같다.

굳이 구석진 그 상가까지 가지 않으면 맛도 좋고 가격까지 저렴한 그런 환상적인 분식포차가 오픈했다는 걸 알지 못할 것이다.

현재 성업중인 프랜차이즈 가게 위치 정도만 됐어도

분명 동네 맛집으로 부상할텐데..

주제넘은 참견이지만 저렴한 가격도 마음에 걸린다.

상권이 좋은 곳이라면 박리다매가 가능하겠지만

위치도 안 좋은데 이리 저렴하게 파시면 본전 찾기나 가능하실까?

또 하나 가슴이 아픈 건 영업시간이다.

일요일 휴무이고 오후 12시부터 오전 2시까지 영업한다고 써 있었다.

나는 하루 8시간 일하고 와도 피곤해하는데

저 사장님은 어쩌자고 저렇게 긴 시간 영업을 하시는 건지...


사실 이 모든 서글픈 것들은

젊은 시절의 나의 부모님이 오버랩되서이다.

1990년대 중반. 80년대의 경제성장 여파로 뭘 해도 잘 되던 시절.. 

아버지는 회사를 나와 피자가게를 오픈하셨다.

피자헛, 미스터피자 같은 이름난 프랜차이즈를 개업하셨더라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자금이 부족하셨던 관계로, 지금은 사라져버린 프랜차이즈의 피잣집을 운영하셨다.

유명프랜차이즈가 아니었기에 아무래도 음식 가격은 좀 저렴했는데,

피자가게 운영은 자연스레 전업주부셨던 어머니까지 합세하여

두 분은 오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뼈빠지게 일하셨다.

유치원생이었던 내 기억에 그렇게 팔면 하루 평균 20판, 못 팔리면 10판대이고 잘 팔리면 3-40판대도 찍었던 것 같다.

어렸던 나와 동생을 그냥 집에 두실 수 없었기에 

우리는 자연스레 피잣집에서 같이 있다가 부모님과 함께 2시에 퇴근하였다.

그렇게 들어와서 씻고 들어가 자는 4명의 이불 속이 정말 포근해 나는 그 시절을 그리워했지만

어머니는 그 때가 제일 힘들었고 돌아가고 싶지않다고 하셨다.

아버지께서 배달을 하시다가 교통사고도 2번이나 당하셨었고

못된 놈들이 장난전화로 대량주문을 해서 허탕친 적도 여러 번 있었고

심지어 장난전화로 아파트 맨 꼭대기층에 주문을 한 뒤 엘리베이터 층을 전부 눌러놓고 오토바이를 훔쳐간 죽일 놈들도 있었다.

결국 부모님은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시고

IMF 여파를 겪은 후 버티다 못해 1999년에 폐업하셨다.

모은 돈도 없이 쫓기듯 지방으로 내려왔다.



새로 생긴 분식집의 사장님도 누군갈 위해 열심히 일하는 가장일 것이다.

위치는 좋지 않지만 부디 입소문이 타서 성업하게 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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