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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재밌다고 읽어보라고 카톡으로 뜬금없이 보내준 단편소설인데,


'뭐야 이게' 하고 그냥 들어가서 몇문장 읽었는데 필력과 위트가 넘쳐서 빠져 읽었다.


빅정보랑 어울리는 단편소설같아서 올린다 .


옛 작가의 위트를 맛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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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구리 코트 


(원제:사랑은 오류. love is a fallacy)






bgm : (George Olsen & His Music - Doin' The Raccoon, 1928)






나는 냉철하고 논리적이었다. 예민함, 신중함, 총명함, 날카로움, 그리고 치밀함 - 나는 이 모든 것의 정수였다. 나의 두뇌는 발전기처럼 강력하고 화학자의 저울처럼 정확했으며, 외과 의사의 메스만큼이나 예리했다. 그리고 - 생각해 보라! - 나는 이제 겨우 열여덟 살이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그렇게 탁월한 지성을 갖는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내 대학 기숙사 룸메이트인 피티 벨로우스가 그 좋은 예이다. 우리는 나이도 같고 배경도 같지만 그 녀석은 황소처럼 어리석었다. 좋은 녀석이긴 했지만 이층 머릿속에 든 것이 없었다. 

어느 날 오후, 나는 내가 즉시 맹장염이라고 진단을 내릴 정도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피티가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어." 하고 나는 말했다. "설사약을 먹으면 안 돼. 의사를 불러올게." 

"너구리." 하고 그는 불명료하게 중얼거렸다. 

"너구리?" 나는 뛰어가다가 멈추고 물었다. 

"난 너구리털 코트가 갖고 싶어." 그는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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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oon coat, 1920




나는 그의 문제가 신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라는 걸 눈치챘다. 

"왜 너구리털 코트를 갖고 싶어하지? 

"그걸 진작 알았어야만 했어." 그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탕탕 쳐가면서 울부짖었다. "찰스턴 댄스가 리바이벌 되었을 때, 이미 너구리털 코트도 리바이벌 될 것을 알았어야만 했어. 바보처럼 난 교과서 사는 데 돈을 다 써버렸으니 이제 너구리털 코트를 살 수가 없어. 너구리털 코트를 살 수만 있다면 난 무엇이든지 하겠어. 무엇이든지." 

한치의 오차도 없는 기구인 내 두뇌는 그 순간 고속기어로 변속되었다. 

"무엇이든지?" 나는 녀석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물었다. 

"무엇이든지." 하고 녀석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확인해 주었다. 나는 생각에 잠겨 턱을 쓰다듬었다. 우연히도 나는 우리 아버지가 대학생 때 입었던 너구리털 코트를 하나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우리 집 다락 속 트렁크에 들어 있었다. 또한 우연히도 피터는 내가 원하는 것을 갖고 있었다. 아니, 그가 꼭 그것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선권은 갖고 있었다. 나는 지금 그의 애인 폴리 에스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폴리 에스피를 탐내 왔었다. 하지만 이 젊은 여자에 대한 나의 욕망은 본질적으로 감정적인 것이 아님을 강조해 두고 싶다. 물론 그녀는 남자들의 감정을 흥분시키는 타입의 여자였다. 하지만 나는 가슴이 머리를 지배하는 것을 허용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영리하게 계산된 완전히 정신적인 이유로써 폴리를 원했던 것이다. 

나는 법대 1학년이었다. 따라서 몇 년 후면 변호사 개업을 하게 될 것이었다. 나는 변호사의 경력을 증진시키는 데 있어서 부인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내가 관찰해 온 바에 의하면, 성공적인 변호사들은 거의 예외없이 아름답고, 우아하고, 지적인 여자들과 결혼했다. 그 중 한 가지만 빼고 폴리는 이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되는 여자였다. 

그녀는 아름다웠다. 비록 아직 남자들이 그녀 사진을 벽에 붙일만큼 균형이 잡히진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엔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이미 그렇게 될 자질이 엿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우아했다. 우아하다는 것은 그녀가 품위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의 몸가짐은 곧았고 태도는 자연스러웠으며, 분명 최상의 혈통이라는 것을 자세로 보여 주고 있었다. 그녀의 식탁 매너 또한 훌륭했다. 한번은 그녀가 '코우지 캠퍼스 코너'에서 그 집의 전문요리 - 구운 돼지고기 조각들과 그레이비, 잘게 썬 견과들, 그리고 한 국자의 소금에 절인 양배추가 들어 있는 샌드위치 - 를 손가락에 물기 하나 묻히지 않고 먹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지적이지는 않았다. 사실 그녀는 지성과는 정반대 방행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내 지도를 받으면 그녀가 영리해지리라 믿었다. 어쨌든 노력해 볼 가치는 있는 여자였으니까. 사실 말이지, 못생기고 영리한 여자를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는 예쁘고 멍청한 여자를 영리하게 만드는 것이 더 쉬운 법이니까 말이다. 

"이거 봐." 그는 내 팔을 열성적으로 잡으면서 말했다. "자네가 집에 가면 자네 노털에게 돈 좀 얻어낼 수 있지, 안그래? 그러면 너구리털 코트를 사게 내게 좀 빌려 줄 수 없겠나?" 

"그것보다 더 나은 것을 해 줄 수 있지." 나는 수수께끼 같은 윙크를 던진 다음 가방을 들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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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하고 월요일 아침에 돌아와서는 나는 피티에게 말했다. 나는 옷가방을 활짝 연 다음, 1925년에 우리 아버지가 스터츠 베어캣을 타고 다니면서 입었던 커다랗고 털투성이의 짐승냄새가 나는 물건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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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tz,bearcat - 1914년 최초 제작된 미국의 스포츠카. 너구리 코트와 더불어 근대 미국 jazz era의 상징.
 

"아이고, 이것 좀 봐!" 피티는 경건하게 말했다. 그는 너구리털 코트에 처음엔 양 손을 그리고 다음엔 얼굴을 푹 파묻었다. "아이구, 이것 좀 봐." 그는 이 말을 열다섯 번인가 스무 번인가 중얼거렸다. "어때 마음에 드나?" 나는 물었다. 

"그럼!" 그는 기름기가 번득이는 털가죽을 꽉 움켜쥐면서 소리질렀다. 그러자 곧 의심스러운 눈빛이 되었다. 

"대신 무엇을 원하지?" 


"네 여자친구." 나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폴리?" 그는 충격을 먹은 듯 속삭였다. "네가 원하는게 폴리라고?"




"바로 그래."




그는 머리를 내저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좋아. 유행을 따라가고 싶지 않다면야, 네 맘이지뭐."




나는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는 척 했지만, 곁눈질로 피터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혼이 나간 것 같았다.


처음에 그는 빵집 창문을 쳐다보는 부랑아 같은 표정으로 코트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는 더욱 더 갈망하는 표정으로 다시 코트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고개는 왔다 갔다 춤을 췄으며 욕망은 쌓여만 갔고 결의는 무너져 갔다. 끝내 그는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그는 서서 미칠듯한 욕망에 싸여 코트를 뚫어져라 바라봤따.




"내가 폴리를 사랑했거나, 걔랑 사귄 거나 그런 것도 아니니까."


그가 웅얼웅얼 말했다.




"바로 그거야." 내가 속삭였다.




"내게 폴리는 뭘까? 또 나는 폴리에게 무엇일까?"




"아무것도 아니지." 내가 말했다.




"그냥 만났다 헤어지곤 하는 그런거야. 한번 웃고 잊어버리는 거지."




"코트를 입어봐."




그는 코트를 낚아챘다. 코트는 너무 길어서 위로는 귀까지 덮어버렸고 아래로는 신발끝까지 내려와 질질 끌렸다.


그는 죽은 너구리들의 무덤같이 보였다. "잘 어울려." 그는 행복해하며 말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거래는 성사된 거지?" 나는 악수를청하며 물었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거래가 된거야." 그는 악수를 받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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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저녁, 나는 폴리와 첫 데이트를 했다. 그건 우선 탐색전이었다. 나는 그녀의 정신상태를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 얼마만한 노력을 해야 될 것인지 알고 싶었다. 나는 그녀에게 저녁식사를 사 주었다. "헤에, 여기 대따 맛난다." 그녀는 레스토랑을 나오면서 말했다.




그 다음 나는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었다. "헤에, 짱 즐거웠어." 그녀는 내게 작별인사를 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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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슴이 천근 만근 무거운 채 내 방으로 돌아왔다. 나는 내가 해야 될 작업의 크기를 심각할 정도로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여자의 무식함은 끔찍할 정도였다. 그녀에게 정보를 공급해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았다. 우선 그녀는 '사고'하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고 여겨졌으며, 따라서 처음엔 그녀를 도로 피티에게 돌려줄까 하는 유혹도 생겼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풍부한 육체적 매력과 그녀가 실내에 들어올 때의 우아한 자태, 그리고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하는 세련된 태도를 생각하고는 한 번 노력을 해 보리라 결심했다. 

나는 모든 일에 있어서 그래왔듯이 이 일도 체계적으로 시작해 나갔다. 우선 나는 그녀에게 논리학을 강의했다. 법대생으로서 나는 마침 논리학을 수강하고 있었으므로 모든 것은 아주 수월했다. 

"폴리." 나는 두 번째 데이트 때 그녀를 만나 말했다. "오늘밤엔 언덕에 가서 이야기를 하기로 하지." 

"앙,신난다." 한 가지 이 여자를 칭찬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도무지 반대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캠퍼스의 밀회장소인 언덕으로 가서 늙은 상수리나무 아래 앉았다. 그녀는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무슨 얘기할건데?" 그녀가 물었다. 

"논리학." 

그녀는 잠시 생각해 본 다음 그것을 좋아하기로 결정했다. 

"끝내준다." 그녀는 말했다. 

"논리학이란," 하고 나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사고에 대한 학문이지. 우리가 정확하게 사고하기 전에 우리는 논리학의 흔한 오류를 알아차릴 수 있어야 되는거야. 오늘밤엔 바로 그것에 대해 얘기하기로 해." 

"앗싸!"


그녀는 즐겁게 손뼉을 치며 소리질렀다. 나는 주춤했으나 용감하게 계속했다. "우선 '단순화'라고 불리는 오류에 대해 이야기하지." 

"좋아, 좋아." 그녀는 속눈썹을 깜박거리며 열심히 재촉했다. 

"'단순화'의 오류는 무조건적인 일반화에 근거한 논리를 의미해. 예컨대, 운동은 좋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다 운동을 해야한다, 같은 것이지." 

"옳은 말이야." 폴리는 진지하게 말했다. "운동이란 좋은거야. 운동은 신체도 단련시켜 주고 모든 것을 단련시켜 준단 말이야." 

"폴리." 나는 온화하게 말했다. "그 논리는 오류야. '운동은 좋다'는 무조건적인 일반화지. 예를 들면,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운동이 좋은 게 아니고 나쁘잖아?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지 말라는 의사의 처방을 듣고 있어. 일반화를 시키려면 '타당성'이 있어야 되는거야. 운동은 '대개' 좋다거나 또는 운동은 '대부분'에게 좋다고 말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단순화'의 오류를 범하는거야, 알겠어?" 

"모르겠어." 하고 그녀는 고백했다. "하지만 근사해. 더 해 봐, 더 해 봐!" 

"내 옷소매는 그만 좀 끌어당겨." 하고 나는 그녀에게 말했고 그녀가 소매를 놓자 계속해서 말했다. "다음엔 '성급한 일반화'에 대해 이야기하겠어. 잘 들어. 너는 불어를 못 하고 나도 불어를 못해. 피티 벨로우도 불어를 못 하고. 따라서 미네소타 학생들은 모두 불어를 못 한다고 결론지을 수 있어." 

"정말이야?" 폴리는 놀라서 물었다. "아무도 못 해?" 

나는 분노를 감추고 말했다. "폴리, 그건 오류야. 그 일반화는 너무 성급했어. 그런 결론을 뒷받침할 예는 너무 적어." 

"또 아는 오류 없니?" 그녀는 숨가쁘게 물었다. "이거 춤추는 것보다 더 재밌다." 

나는 절망의 파도와 싸우고 있었다. 이 여자와는 도무지 아무런 진전이 없다. 정말이지 아무런 진전도 없어. 그래도 계속하지 않는다면 죽도 밥도 아니겠기에 나는 계속했다. "다음엔 '근거없는 비난'의 오류야. 잘 들어 봐. 그것은 빌을 소풍에 데리고 가지 말자. 그 애를 데리고 갈 때마다 비가 오니까, 같은 거야." 

"나도 그런애 알아." 하고 그녀는 소리질렀다. "우리 고향에 있는 여자앤데...... 율라 베커. 항상 걔를 소풍에 데리고 갈 때마다......" 

"폴리." 나는 날카롭게 말했다. "그건 오류야. 율라 베커는 비를 몰고 오지 않아. 그녀는 비와 아무 상관이 없단 말이야. 율라 베커의 핑계를 대면 넌 '근거없는 비난'의 오류를 범하는 거야." 

"다시는 안 그럴게." 그녀는 깊이 뉘우치며 약속했다. "나한테 화났어?"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아니야 폴리, 화나지 않았어." 

"그렇다면 다른 오류에 대해 더 이야기해 줘." 

"좋아. 이번엔 '모순 전제'의 오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웅. 배워보자." 그녀는 행복한 듯 눈을 깜박이며 짹짹거렸다. 나는 찡그렸으나 계속했다. "여기 '상반되는 전제'의 한 예가 있어. 만일 신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면 그는 자기가 들 수 없을만큼 무거운 바위를 만들 수도 있지." 

"물론이지." 그녀는 즉시 대답했다. 

"하지만 만일 신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면 그는 그 바위를 들 수 있어야 돼." 라고 나는 지적했다. 

"그렇지." 하고 그녀는 사려깊게 말했다. " 그렇다면 신은 그런 바위를 만들 수 없겠군." 

"하지만 신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잖아." 하고 나는 일깨워주었다. 

그녀는 귀엽고 텅 빈 자신의 머리를 긁적거렸다. "나 완전 헷갈려." 하고 그녀는 시인했다. 

"물론이지. 왜냐면 논리의 전제가 서로 상반되면 논리가 성립이 안 되기 때문이야. 만일 무소불위의 힘이 존재한다면 움직일 수 없는 물체란 있을 수 없지. 또 만일 움직일 수 없는 물체가 있다면 무소불위의 힘이란 있을 수 없고. 알겠어?" 

"이 끝내주는 걸 조금 더 얘기해줘." 그녀는 열심히 졸랐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오늘은 그만 하는 것이 좋겠어. 집에 데려다 줄게. 오늘 배운 것들을 복습해 봐. 내일 밤 다시 계속할 테니까." 

끝내주는 밤 시간을 보냈다고 나를 확신시켜 주는 그녀를 여기숙사에 데려다 주고 나는 우울하게 내 방으로 돌아왔다. 피티는 침대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고, 너구리털 코트는 그의 발치에서 거대한 털복숭이 짐승처럼 구겨진 채 놓여 있었다. 잠시 동안 나는 그 녀석을 깨워서 네 애인을 도로 가져가라고 할까 생각했다. 내 계획이 실패로 끝나리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것 같았다. 이 여자는 마치 방수시계처럼 논리를 허용하지 않는 두뇌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나는 재고했다. 난 이미 하루 저녁을 허비했다. 또 하루 밤을 허비할 수도 있겠지. 누가 아는가? 혹시 그녀 정신의 꺼려 버린 분화구 어디에선가 타다 남은 불씨가 아직도 연기를 내뿜고 있을런지 말이다. 분명 그것은 희망이 가득 찬 전망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한 번 더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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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저녁, 다시 그 상수리나무 아래 앉아 나는 말했다. "오늘밤, 첫 번째 오류는 '동정심에의 호소'라는 것이야." 

그녀는 즐거움에 몸을 떨었다. 

"잘 들어 봐." 나는 말했다. "한 남자가 어떤 직장에 지원을 한다고 생각해 봐. 사장이 그 사람에게 일할 능력이나 자격증이 있냐고 묻자 그 사람은 자기에게는 아내와 여섯 자녀가 있는데 아내는 불구이고 아이들은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으며, 신발도 침대도 없고, 지하실엔 연탄도 없는데 겨울은 닥쳐 오고 있다고 대답을 하는 거야." 

한줄기 눈물이 폴리의 뺨에 굴러내렸다. "아. 안됐어. 정말 안됐어." 그녀는 흐느꼈다. 

"그래. 안됐지." 나는 동의했다. 

"하지만 이건 논리에 맞지 않아. 그 남자는 자신의 자격에 대한 사장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그 대신 그는 사장의 동정심에 호소한 거야. 그는 '동정심에의 호소'라는 오류를 범했어. 알겠어?" 

"손수건 있니?" 그녀는 울면서 말했다. 나는 손수건을 건네주고 그녀가 눈물을 닦는 동안 비명을 지르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다. "이번엔, " 나는 신중하게 절제된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잘못된 유추의 오류'에 대해서 논의 할 거야. 여기 한 예가 있어. 학생들은 시험을 치르는 동안 교과서를 보도록 허용되어야만 한다. 사실, 외과의사도 수술하는 동안 엑스레이를 보고, 변호사들도 재판하는 동안 서류를 보며, 목수들도 집을 지을 때 청사진을 참고하지? 그렇다면 왜 학생들이 시험 볼 때 교과서를 보면 안 된단 말이지?" 

그녀는 열정적으로 말했다. "최근 들은 얘기중에 제일 맘에드네." 

"폴리." 나는 퉁명스럽게 외쳤다. 

"그 논리는 틀린 거야. 의사나 변호사나 목수는 자기네들이 얼마나 배웠는지 시험을 치르고 있는 것이 아니잖아. 하지만 학생들은 시험을 치고 있는 거야. 상황이 아주 다른 거지. 따라서 그들 사이에 유추관계란 있을 수 없어." 

"난 그래도 그 얘기가 좋아." 하고 폴리가 말했다. 

"바보 같으니." 하고 나는 투덜거렸다. 나는 완강하게 버텨나갔다. "다음엔 '반사실적 가정의 오류'에 대해 얘기해 보자." 

"어감이 멋진데." 하는 것이 폴리의 반응이었다. 

"들어 봐. 만일 퀴리 부인이 우연히 우라늄 덩어리가 들어 있는 서랍 속에 사진 건판을 놓아 두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세계는 라듐에 대해 알지 못했을 거야." 

"맞아, 맞아." 폴리는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퀴리 부인 영화 봤어? 아, 너무 감동적 이었어. 윌터 피젼이란 배우는 환상적이야. 날 녹여버렸다니까." 

"잠시만이라도 피젼 씨를 잊을 수 있다면 말이야." 하고 나는 냉정하게 말했다. "나는 그 진술이 오류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어. 퀴리 부인은 나중에라도 라듐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거지. 아마 다른 사람이 발견했을 수도 있고." 

"윌터 피젼을 더 많은 영화에 출연시켜야 돼." 폴리는 말했다. "요샌 그 사람을 통 볼 수가 없거든." 

딱 한 번만 더 해 보자, 하고 나는 결심했다. 딱 한 번만 더. 피와 살을 가진 인간에게는 참을 수 있는 한도가 있는 법이다. "다음 오류는 '우물에 독 풀기'라는 거야." 

"어머,귀엽네!" 그녀는 기뻐서 침을 꼴깍 삼켰다. 

"두사람이 논쟁 중이었어. 첫번째 사람이 자릴 박차고 일어나 말했지. ' 저녀석은 지독한 거짓말쟁이야. 넌 그가 하는 말은 한 마디도 믿으면 안 돼.'... 폴리, 이제 곰곰이 생각해봐. 뭐가 잘못됐지?" 

나는 그녀의 크림빛 눈썹이 생각을 집중시키느라 찌푸려지는 것을 자세히 지켜보았다. 갑자기 한줄기 지성의 빛이 - 내가 본 바로는 최초로 - 그녀의 눈 속에 떠 올랐다. 

"그건 공평하지 않아." 그녀는 분개하여 말했다. "그건 조금치도 공평하지 못해. 아직 말을 시작도 하기 전에 거짓말쟁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아무런 기회도 가질 수가 없잖아." 

"맞았어!"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백 퍼센트 맞았어. 그건 공평하지 않아. 첫 번째 남자는 아무도 물을 마시기 전에 '우물에 독을 푼' 거야. 그 사람은 아직 시작도 하기 전에 자기 상대방을 불구로 만든 거지...... 폴리, 난 네가 자랑스러워." 

"뭐야." 하고 그녀는 기쁨으로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렸다. 

"알았지? 이것들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다만 집중하면 되는 거야. 생각하고 - 조사하고 - 평가하는 거지. 자,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복습해 보자." 

"그래 시작해~" 그녀는 경쾌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폴리가 완전히 백치는 아니라는 사실에 고무된 나는 내가 그녀에게 말해줬던 모든 것을 차근차근 인내심을 가지고 복습시키기 시작했다.


나는 사례들을 다시 또 다시 또 언급했고, 논증의 결함을 지적했으며, 쉬지 않고 폴리를 단련시켰다. 이것은 터널을 뚫는 작업과도 같았다. 처음에는 힘든 작업과 땀, 칠흑같은 어둠 뿐이다. 나는 내가 언제 빛에 다다를지, 혹은 심지어 다다를 수나 있을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굴하지 않았다. 나는 두드리고 후벼파고 도려냈으며 결국 보상을 받게 되었다. 나는 한 줄기 빛이 새어나오는 틈을 보았다. 그리고 그 틈은 점점 더 커졌고, 태양이 드러나 온 세상이 밝아졌다.




이 책을 가지고 닷새 밤을 빡세게 가르친 보람이 있었다. 나는 폴리를 논리학자로 만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쳤다. 나의 과업은 완수되었다. 그녀는 결국 나의 여자가 되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녀는 내게 딱 맞는 배우자였고, 수많은 대저택의 훌륭한 안주인 이었으며, 나의 유복한 자녀들에게 어울리는 어머니가 된 것이다.


내가 이 여자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진 마시길, 오히려 정반대다. 피그말리온이 자신의 조각상을 사랑했듯, 나도 폴리를 사랑했다. 나는 바로 다음 번 만남에서 그녀에게 나의 감정을 알리기로 결심했다. 우리의 관계가 학문적인 것에서 로맨틱한 것으로 변화할 시간이 도래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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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 나는 다음 번 우리가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만났을 때 말했다. "오늘밤엔 오류에 대해 토론하진 않겠어." 

"우앙." 그녀는 실망해서 말했다. 

"폴리." 나는 그녀에게 미소를 베풀어 주면서 말했다. "우리는 그 동안 닷새 저녁을 같이 보냈어. 우린 지금까지 닷새 밤을 함께 보냈어. 우리가 잘 어울린다는 것은 분명해." 

"성급한 일반화." 폴리가 밝게 말했다.




"겨우 다섯 번의 데이트를 가지고 어떻게 우리가 잘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어?" 

나는 재미있어서 깔깔 웃었다. 이 귀여운 아이가 공부를 잘 했군. "폴리" 나는 관대하게 그녀의 손을 어루만져 주며 말했다. "다섯 번의 데이트로 충분해. 케이크의 맛을 알기 위해 케이크를 다 먹어 볼 필요는 없거든." 

"잘못된 유추의 오류." 폴리가 즉시 말했다. "나는 케이크가 아니야, 난 여자애라구." 

나는 아까보다는 덜 유쾌하게 웃었다. 이 아이는 아마도 너무 잘 배운 것인지도 몰라. 그렇다면 분명 최선의 방법은 간단하고 강력하며 직접적인 사랑의 선언일 것이다. 나의 거대한 두뇌가 적절한 말을 찾고 있는 동안 나는 잠시 쉬었다. 그리곤 시작했다. 

"폴리, 난 너를 사랑해. 넌 내게 있어서 전 세계이고 달이자 별이며 우주의 성좌야. 나랑 함께 해주겠다고 말해줘. 그러지 않는다면 내 인생은 아무런 의미도 없어. 난 시들어 죽게될거야. 난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될 거야. 지표를 방황하는 폐인이 되고 말 거야." 팔짱을 낀 채 나는 '자,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하고 생각했다. 



"동정심에의 호소." 폴리가 말했다. 

나는 이를 악 물었다. 나는 피그말리온이 아니었다. 나는 프랑켄슈타인이었고 내가 만든 괴물은 내 목을 조이고 있었다. 나는 내 속에서 파도치는 공포의 조수(潮水)에게 미친듯이 반격을 가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나는 침착해야만 했었다. 

"그래, 폴리."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확실히 오류에 대한 것을 많이 알게 되었구나." 

"그렇고 말고." 그녀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폴리, 누가 너에게 가르쳐줬지?" 

"바로 너." 

"그래, 그렇다면 넌 내게 빚을 지고 있는 거야, 안 그래? 만일 나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넌 결코 오류에 대해 배우지 못했을 거야." 

"반사실적 가정의 오류." 그녀는 즉시 말했다. 나는 눈썹에서부터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폴리." 나는 쉰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이것들을 너무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돼. 말하자면 그것들은 그저 강의실에서 통하는 것들이지.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실생활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잘 알잖아." 

"우연의오류." 그녀는 장난치듯이 손가락을 내게 향해 흔들면서 말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나는 황소처럼 울부짖으며 벌떡 일어섰다. 

"나랑 사귈거야 말거야?"



"안 사귈거야." 그녀는 대답했다. 

"도대체 왜?" 나는 다그쳤다. 

"왜냐면 오늘 오후에, 피터 벨로우스랑 사귀기로 약속했거든." 

나는 그 파렴치한 행위에 경악하며 뒤로 물러났다. 약속을 해 놓고서, 거래를 해 놓고서, 악수까지 해 놓고서!


"치사한 놈!" 나는 커다란 잔디뗏장을 걷어차며 소리질렀다. "폴리, 넌 그 녀석하고는 사귈 수 없어. 그놈은 거짓말쟁이고 사기꾼이야. 그놈은 치사한 놈이란 말이야." 

"우물에 독풀기." 폴리는 말했다. "그리고 소리좀 그만질러. 내 생각엔 소리치는 것도 일종의 오류인 것 같애." 

혼신의 힘을 다해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좋아." 나는 말했다. "너는 논리학자야.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이야기해 보자. 도대체 어떻게 나를 버리고 벨로우스를 선택할 수 있니? 날 봐. - 뛰어난 학생이고 장래가 보장되어 있어. 피터를 봐. - 멍청하고 유행만 좇아다니고 끼니마저 걱정해야 되는 인간이야. 왜 피티 벨로우스의 애인이 되기로 했는지 단 한 가지 만이라도 논리적인 이유를 내게 말해 줄 수 있니?" 

"당근이쥐." 

폴리는 선언했다. 

"걘 너구리털 코트를 갖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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