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이즈가 어떻게 되시죠?
답장하자마자 바로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굉장히 부드러웠고, 잔향이 남는 중년의 목소리였다.
전화를 거신 이유는 나이가 들어서 문자로 대화하기가 힘들어서 늦은 밤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를 하셨다고..
대충 사이즈랑 연식 제조사 얘기하고 끊었다.
[60년대 추정 레드퍼 g-1 jacket - 가격 20만원]
그리고 사진을 무더기로 받았다.퇴근하고 쉬는 자기 아들 시켜서 보내겠다고 하셨음.
여튼 사진 20장 정도 받았는데, 디테일들은 오리지날의 느낌이 나는데 제일 중요한 택이 없었음.
빈티지 수집해본 친구들은 알겠지만, 택이 날라가는게 50,60년대 이전으로 넘어가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거든.
하지만 택이 있다는게 이 원판의 가치를 드높여주는 출생 증명서 같은거라서 꽤 중요해.
근데..사진을 보니 이게 없더라고.
거기서 내가 히스토리 채널 빡빡이 아저씨처럼 한숨 푹~ 쉬고
"이거 좀 곤란한데요....레플이면 저도 너무 손해인데.."
한 2시간 답이 없으시더니 ㅋㅋㅋ 진짜 뻥안치고 사진 30장 정도 추가로 보내셨음 ㅋㅋ
굉장히 감정적으로 격앙된거처럼 보였음. 자신의 인생이 부정 당하는거처럼
사진을 찍어보내시는데..어르신께 이러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만나면 해결되니깐....약속을 잡았다.
남부터미널 쪽에 사신다고 해서 주말에 만나러 갔음.
약속 시간 딱 되니깐 바로 들어오시더라.
시원한 스킨 향이 났고.
제일 눈에 띄는건 풍성한 백색 모발에 매끈한 피부.
총명한 눈빛...
아껴입으신거 같은 버즈릭슨 a-2 자켓
90년대 levis 501....
정체모를 검정 글로브...
마주치자마자 느꼈다.
내가 선배님께 큰 결례를 저질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