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9 04:09

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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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을 때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고 정말 바쁘게 살아왔던 거 같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삶 이너에 일은 마치 햄스터의 쳇바퀴 같았다. 

반복적으로 돌고 있는 쳇바퀴 속에 늘 같은 레파토리가 있었는데 그건 엄마 한테 온 부재중 통화였다.
그건 어느때와 다름없이. 같은 시간대에.

다시 내가 전화를 걸어서 느낀 엄마와의 대화는
늘 똑같은 레파토리였다.

밥 먹었니, 목소리 듣고 싶어서 그렇지. 평소 전화 좀 하고 살자
이젠 부재중만 봐도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정도 였으니.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지날 수록 
엄마에게 답통화 하는 시간이 길어져갔다.
'점심시간 때 하지 뭐.'는 곧 퇴근시간이 되었고, 퇴근시간은 곧 집에 도착 해서 하지 뭐.

그때 느꼈던 느낌이라면 마치 안심되는 보험과도 같았다. 
제약없는 편안한 그런.

어느날 퇴근을 하고 무거운 몸으로 자취방을 따고 들어와 가방을 침대 위로 던지고 
이 좃같은 하루의 끝은 언제 일까 하며, 밀린 작업을 위해 노트북을 켰다.
하 오늘 상사의 태도가 좀 아니꼽다. 
자취방의 정적을 깨며 어금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시발

창이 열리는 동안 또 다른 창문을 열어 바로 꾸겨진 담배곽에서
돗대를 꺼내 물고 핸드폰을 켰는데 역시나 어느 때와 다름없이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부재중 통화 3통 엄마'

오늘은 왜 이렇게 많데,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수화음은 역시나 길지 않고 바로 받으셨다.
엄만 또 역시나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니. 
어제도 물었던 오늘의 밥은 챙겨 먹고 있냐로 시작해서
또 같은 레파토리로 대화를 시작했다.

"엄마 요새 나 바쁜거 알잖아."
한번 올라갈게 늦었어 빨리 자라.

오늘은 좀 퉁명스러웠다. 받아 줄 곳이 없어 부리는 투정 아닌 투정.

사실은 내 자신도 알고 있다.
하루하루 살기가 바빠서. 라는 핑계아닌 핑계로 내 자신은 아마 뒤돌아 볼 시간조차 없을 것이라.
홀로 단정 지어버리고 억지로 뒤를 돌아 보지않는다는 것을.

허나 카톡의 친구목록 프로필 사진의 빨간점은 없고, 
토렌트의 휴지통과 바탕화면의 순환관계가 더 잦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어느때와 다름 없이 엄마와 전화를 끊고,

작업일 체크를 위해 달력을 봤다. 오늘. 
근데  오늘은 그리 알면서도 그새 눈이 질끔 감겼다.
날짜 위에 동그라미 쳐진, 오늘이 엄마의 생일. 

사람은 알면서도 기어코 맞닿뜨려야 비로소 느낀다.
잘못임을.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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