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903 추천 수 22 댓글 31

난 어렸을 때부터 니트류를 잘 입지 못했다.

피부가 남들보다 예민한 편이고, 답답함을 참지 못하기 때문


옷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때, 니트류는 잘 입지 못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니트를 입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안데르센x2 를 알게된 이후부터임.


안데르센x2가 지금처럼 많이 알려지기 전에, 까끌거리지 않는 니트는 무조건 비싸지 않을까? 란 생각으로

찾아냈었다.

아무튼 그땐 안데르센을 취급하는 국내샵이 거의 없었음. 그래서 직접 직구를 했고... 당시 덴마크를 포함한 유럽 FTA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지금의 국내 가격보다도 싼 가격에 구매했음.


그리고 배송 받아 직접 만졌을때 첫 느낌은 매우 강렬했다. 말도 안되는 두께감, 갑옷 같은 튼튼함, 보풀이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매끈함까지. 하지만 막상 입어보니 웬 걸... 차원이 다른 까끌거림에 소스라치며 벗어 던졌다.

바로 매물행해버림. 정말 억지로 입을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어느날 에잇세컨즈에서 안데르센과 비슷한 두께감과 튼튼함을 가진 니트를 발견했고 사이즈도 넉넉해 보이길래 한 번 입어 봤다.

그런데 전혀 까끌거리지 않더라. 가격도 엄청 싸길래 일단 구매했다. 이햐 역시 까끌거리지 않는 니트도 있었어 ㅋㅋ 하면서...

그런데 집에 와서 택을 까보니, 충격적인 아크릴 100%이 쓰여 있었다.

당시 나는 소재함유량에 집착이 커서, 아크릴이 1%라도 들어가면 거르던 시절이었다. 합성섬유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옷은 옷이 아냐! 라고 생각하던 시기였음.


그치만 까끌거리지 않고 포근한 편안함과, 오히려 안데르센의 1/10도 안되는 가격으로 인해 굉장히 만족하며 입고 있었다.

한 3년 입었다. 3년이나 입었는데 생각보다 보풀이 적었다. 같은 시기에 구매한 울 100% 폴로 가디건은 보풀이 너무 심했다.

여기서 난 엄청난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지... 싸구려 소재인 아크릴이 어떻게 울보다 보풀이 적을 수 있을까?


여기저기 검색도 하고, 직접 원단 시장도 방문해서 만져보고 발품도 팔아 공부했다.

결과적으로, 아크릴은 보풀이 심한 소재가 아니다. 오히려 소재적으로는 울보다 보풀이 적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선 섬유를 실로 만드는 공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실은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방적사와 필라멘트사. 방적사는 비교적 길이가 짧은 섬유에 꼬임을 주어 일정한 굵기와 길이로 만든 것이고, 필라멘트사는 꼬임없이 섬유 자체를 길게 늘어뜨려 실을 만든다. 천연 섬유에 비해 무한한 길이를 뽑을 수 있는 합성섬유만이 필라멘트사로 실을 만들 수 있다.(천연섬유 중엔 견만이 유일하게 필라멘트사로 실을 뽑을 수 있음.)

천연섬유는 합성섬유에 비해 길이가 짧아, 방적사 공법으로 꼬임을 주어 길게 실을 뽑는다. 또한 천연섬유+합성섬유에 경우, 혼용으로 인한 꼬임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방적사로 실을 뽑게됨.


자, 이제 울 100% 니트는 방적사 실, 아크릴 100% 니트는 필라멘트사 실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보풀 발생 요인은, 대부분 방적사로 뽑은 실에서 발생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보풀은 섬유의 마찰력에 의해서 발생되는데, 방적사와 같은 꼬임이 있는 실의 경우 마찰이 비교적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짧은 길이의 섬유로 여러 가닥을 묶었기 때문에, 잔털이라고 하는 단모가 발생하고 보풀이 더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매끈하게, 길게 뽑을 수 있는 필라멘트사 실은 비교적 마찰이 적어 보풀이 일어나기 힘들다.


그럼 왜 아크릴을 보풀이 심한 소재로 알고 있을까? 대부분 가격이 저렴한 니트나 스웨터의 경우, 천연섬유와 합성섬유를 혼용한 소재를 사용한다. 섬유를 혼용하기 위해선 방적사로 실을 뽑을 수밖에 없고, 그 실은 보풀이 일어나기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깐 아크릴을 사용해서 보풀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방적사로 뽑은 실이기 때문에 보풀이 일어난다고 이해를 해야한다.


정말 단순하게 울 100% 섬유로 만든 소재와, 아크릴 100% 섬유로 만든 소재의 보풀 발생량을 비교해 보면 무조건 울 100% 섬유 소재의 보풀 발생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보풀 발생 요인과 다르게, 방적사 실이든, 필라멘트사 실이든, 어쨌든 보풀이 발생된 원단을 확인했다면, 모소 또는 효소 가공 등의 공정을 통해 단모 부분을 태우는 식으로 보풀을 제거하여 개선하고, 최종적으로 원단이 만들어진다.

다만 그런 공정 작업을 거친 원단은 굉장히 비싸다. 그래서 저렴한 옷들은 보풀 제거 공정을 거치지 않아 보풀이 심하다. 

아크릴을 합성섬유, 싸구려 라는 인식으로 인하여, 울과 아크릴을 섞었을 때, 아크릴만 사용했을 때! 보풀이 많이 일어난다고 알려진 것이다. 싸구려라고 인식하고 있는 아크릴 섬유가 원인이다! 라며 엉뚱한 타겟을 잡게 되지. 오히려 아크릴 100%는 필라멘트사로 뽑은 실로 만들 수가 있다.


아크릴 100% 소재도 제대로 된 공정만 거치면 울보다 보풀이 적은 니트를 만들어 낼 수 있다.


3줄요약

1. 천연섬유는 방적사, 합성섬유는 필라멘트사(아크릴 해당)

2. 보풀은 방적사에서 특히 잘 일어난다.

3. 모소, 효소 가공등의 공정을 거치지 않은 싸구려 원단으로 인하여, 덩달아 가격이 싼 아크릴을 보풀이 심한 섬유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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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빙구_ecf0e2 2018.11.29 12:22
    다 필요없고 아크릴은 감성이 없다구.
  • 멋쟁이 2018.11.29 12:25
    이건 맞는 말이다. 실제로 아크릴의 인조적인 광택 때문에 좀 싸구려 느낌이 강하다. 울은 보풀이 생겨도 빈티지해지는데.. 아크릴은 인조적인 맛이 강하지.
  • 빙구_ecf0e2 2018.11.29 12:26
    ㅊㅊ
  • 개복치 2018.11.29 12:22
    정성글 ㅅㅌㅊ
  • 빙구_409c0e 2018.11.29 12:22
    닉값
  • 빙구_efe695 2018.11.29 12:26
    간만에 좋은 글
  • 빙구_cf552b 2018.11.29 12:26
    아크릴 제품이 보들보들하니 좋던뎅ㅋㅋ 근데 피카츄가 되자너~
  • 멋쟁이 2018.11.29 12:37
    당연하게도 천연 섬유에 비해 열에 약하고 정전기가 발생된다 ㅎ
  • 빙구_e7d890 2018.11.29 12:35
    나의 결론은.. 돈을 더써라 로 도달하는데 맞는건가?
  • 멋쟁이 2018.11.29 12:38
    맞음. 아크릴 100% 니트가 제대로 된 공정만 거치면 웬만한 캐시미어 니트 가격 뺨 친다.
  • 용용뇽 2018.11.29 12:36
    글 잘 읽었습네다 정전기나 보온성에 관해서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요
  • 멋쟁이 2018.11.29 13:27
    정전기는 화학,인공 섬유 특성상 어쩔 수 없다. 인공 섬유 기술이 얼마나 발전됐는지는 모르지만.. 석유를 이용한 섬유는 어쩔 수 없을듯. 그래서 열에도 취약함.

    보온성은 개인적으로 느꼈을땐 아크릴이나 울이나 큰 차이를 체감할 수 없다고 생각하나, 보온력을 강화할 수 있는 요소 중, 물질적으로만 봤을땐 섬유가 열전도율을 얼마나 잘 막느냐인데 실제 수치상으로는 양모가 가장 낮음. 아크릴도 수치적으로는 비슷한 열전도율을 가지고 있긴함.
  • 빙구_e14cbf 2018.11.29 12:41
    그럼 폴리는 그냥 가격싼거밖에 없는 ㅆ렉이야?
  • 멋쟁이 2018.11.29 13:29
    쓰임에 따라 다르다. 나일론과 더불어 가장 혁신적인 합성섬유임.
  • 핸드크림 2018.11.29 12:52
    따봉 누르고 갑니다. 근데 궁금한게 면도 꼬임이 있다는건데 왜 꺼칠거리지 않을까요?
  • 멋쟁이 2018.11.29 13:34
    이건 울과 면의 자체적인 섬유 차이임. 울은 표면이 거칠고, 면은 매끄럽고 부드러움. 면은 섬유 자체적으로 표면이 매끄럽기 때문에 방적사 실로 뽑아도 거칠지 않아.
  • 빙구_fb4f00 2018.11.29 12:55
    그대신 아크릴이 햇볕에 강하자너ㅋ
  • 멋쟁이 2018.11.29 13:34
    햇볕에 강할뿐만 아니라, 습기에도 강하고 오염에도 강함. 당연히 세탁에 훨씬 용이할 수밖에 없고~
  • 빙구_fb4f00 2018.11.29 13:40
    맞아 전투용으로 굿이지!
  • 빙구_43493a 2018.11.29 12:56
    그래서 20이하 니트 추천좀해줘 ㅠ ㅠ
  • 왕콩 2018.11.29 13:32
    정보글 재밌게 잘 읽었당 ㅊㅊ!
  • 빙구_9be475 2018.11.29 13:51
    안데르센도 따갑냐 ㅠㅠ
    따가운 거 극혐이야
  • 빙구_0c48a1 2018.11.29 16:30
    그냥 가볍게 따가운게 아니라 ㄹㅇ
    온몸이 간지러울정도로 따갑다는데
  • 빙구_9be475 2018.11.29 17:40
    근데 그 돈을 주고 산다고..? 민감하지 않은 분들만 사는 건가
  • 빙구_0c48a1 2018.11.29 18:13
    온몸으로 참는거지
    몸을 위해가 아니라 옷을 위해 옷을 입는..
  • 빙구_163f1a 2018.11.29 13:55
    비싼 아일랜드 울이니 하는제품들 엄청 까끌거리더라.. 난 같은돈으로 캐시미어사는게 현명한 선택같더라구
  • 빙구_6f636a 2018.11.29 16:14
    잘읽음
  • 빙구_7df9e5 2018.11.29 16:49
    너무 잘 읽었다. 그럼 아크릴로 보풀제거 공정을 거친 브랜드는 어디가 있는지 몇 개 추천해줄 수 있니 ?
  • 잘 읽었다 패톡으로 보내자ㅋㅋㅋ
  • 고붕어 2018.11.30 11:43
    나도 안데르센, 건지엔울른즈 사서 따가워서 다 방출 하고 에스피오나지 시즌오프때 후려쳐서 산 니트랑 무신사에서 산 비교적 저렴한 니트는 안따갑고 좋더라.. 피부가 예민한 것 도 있는데 몸이 사구려인건지...
  • 세종 2018.12.01 22:36
    아크릴 100 보들보들하고 생각보다 늘어남도 없음. 보풀이 심해지는건 세탁이후? 그래서 잘 안빨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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